
나는 정신과 병원에서 일하다가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알고 있던 ‘환자’라는 개념이 얼마나 얕았는지 깨달았다.
내가 일하던 8층 병동에는 대부분이 와상 환자였고, 연세도 많고, 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링거를 놓고 테이프를 떼어낼 때 피부가 함께 벗겨질 정도였다.
그 환자는 96세였다.
욕창 환자도 많았다.
어떤 환자는 성인 주먹 두 개만큼의 깊고 큰 욕창이 있었는데,
소독을 위해 핀셋을 넣어도 바닥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깊었다.
나는 그곳에서 매일,
‘삶이 끝으로 향하는 과정’을 눈으로 마주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따라왔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어느 날, 잊지 못할 일이 있었다.
이브닝 근무를 하던 날이었다.
나는 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분은 내게 고맙다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나는 3일 휴무를 보내고 다시 출근했다.
그 환자의 병실을 들어갔는데, 침대는 비어 있었다.
“그분 어디 가셨어요?”
“돌아가셨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며칠 전까지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한동안 우울했다.
출근길이 너무 무거웠고,
어느 날은 길을 걷다가 숨이 막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몸도, 마음도… 한계에 가까웠다.
그렇게 나는 13개월을 버텼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삶을 보았다.
재산이 많았던 한 환자가 있었다.
아파트 두 채, 빌라 여러 채.
하지만 그분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들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전화로는 짜증 섞인 말만 남겼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돈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더 크게 깨달은 한 가지.
‘건강을 잃으면,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사라진다.’
질병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었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었다.
요양병원에서의 13개월은
나를 지치게 했지만, 동시에 나를 바꾸었다.
나는 그곳에서
삶의 끝을 보았고,
그래서 지금의 삶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을.
그리고 사람은…
곁에 있을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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