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나의 삶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사람은 단연코 오빠였다. 나보다 열한 살이나 많았던 오빠는 어린 나에게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는 책을 가까이했고, 서예를 즐겼으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했고, 그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깊게 내 안에 스며들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것도 오빠 덕분이었다. 정확히 열한 살쯤이었을까. 그 무렵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바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였다. 어린 나이였기에 그 책의 모든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사랑 이야기였는지, 시대적 배경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흐릿하다. 그러나 단 하나, 내 마음 깊숙이 박혀 평생을 따라다닌 문장이 있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이다. 생명은 단 한 번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부끄러움이 없도록 살아야 한다.”
그 문장은 어린 나에게는 다소 무거운 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강하게 남았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의 방향성을 느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아주 이른 나이에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의 삶에서 나는 늘 어떤 기준을 가지고 움직였던 것 같다. 교사로서 낮에는 학교에 나가고, 밤에는 영어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이어갔다. 사범학교 시절에는 일본어만 배웠고 영어는 접할 기회조차 없었기에, 영어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더 컸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를 놓지 않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였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점에는 분명 그 한 권의 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을 만나게 해준 배경에는 오빠의 영향이 있었다. 한 사람의 습관과 태도가 또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깊은 자국을 남길 수 있는지를, 나는 내 삶을 통해 체감했다.
지금 다시 그 책을 읽는다면, 아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삶의 경험과 함께 또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한 문장이 내게 준 방향이다.
어린 시절의 한 권의 책. 그것은 단순한 독서 경험이 아니라, 나의 삶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끌어준 하나의 나침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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