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 병원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간호조무사 일을 힘들다고 말하지만,
나는 솔직히 ‘일’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배우는 게 좋았고,
약 공부도, 영어도, 책 읽는 것도
나는 오히려 즐거운 편이었다.
IV(링거) 잡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
어떤 날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어려워할 때
내가 내려가서 도와주고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일이 힘들다’는 말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힘들었던 건 따로 있었다.
사람이었다.
동료들과의 관계,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
그게 나를 가장 지치게 만들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나는 8일 만에 단독 근무를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혼자 버텨야 했다.
그래서 나는 간호과장님을 찾아갔다.
“저,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그렇게 6층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한 간호사 선생님을 만나
처음으로 ‘제대로 배우는 경험’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곳에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백지 상태로 왔네.”
그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어느 날은
참고 참다가 결국 눈물이 터졌다.
눈물도, 콧물도
멈추지 않았다.
그날 나는 다시 간호과장님을 찾아갔다.
“여기서는… 저 같은 사람은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과 병동의 일은
또 다른 방식으로 힘들었다.
수시로 들어오는 입원 환자들,
단독 근무 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긴장감.
어느 날은 신환을 두 명이나 받았는데,
한쪽에서는 환자가 링거를 맞은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처음 보는 환자의 몸에서
강한 냄새가 올라왔다.
손목에 붙어 있던 테이프를 떼자,
그 아래는 이미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나는 그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이게 현실이라는 걸.
정신과 병원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고,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곳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곳에서 일을 배운 게 아니라,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운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알게 됐다.
사람은,
일보다 사람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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