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장사가 잘 되면, 다음 날은 늘 분주하다.
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이고, 손은 부족하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오늘도 그랬다.
준비할 것은 많았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님들이 조금 늦게 들어왔다.
그 잠깐의 여유 덕분에
우리는 준비를 마칠 수 있었고,
손님을 더 정성스럽게 맞이할 수 있었다.
나는 무심코 말했다.
“오늘은 참 행운이네요. 준비가 안 돼 있었는데 손님들이 늦게 와줘서요.
하느님이 우리를 도와주고 계신가 봐요.”
그때 사장님이 조용히 말했다.
“하느님은 항상 준비된 사람을 도와줘.”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오늘 아침에는 광어 한 마리가 들어왔다.
그 광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힘이 셌다.
수조 안에서 물을 튀기고,
바닥에 떨어져서도 멈추지 않고 몸부림쳤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네가 아무리 힘이 세도, 너의 운명은 바꿀 수 없구나.”
그 순간 문득,
사람의 운명도 정해져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운명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준비를 해왔느냐’에 따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늘 배우려 했다.
더 잘하고 싶었고, 더 알고 싶었고,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맡았던 자리도 그랬다.
너무 이른 나이에, 나에게는 과분한 자리였다.
나는 가르치는 일은 잘 해냈다.
사람을 이끌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행정은 달랐다.
경험도 없었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매일 머리를 쥐어짜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나는 배웠다.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진짜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을.
오늘의 작은 일들 속에서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준비된 사람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는 것일까.
어쩌면 중요한 건
운명을 이기려는 힘이 아니라,
그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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