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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트

나도 복이 있는 사람일까, 늦게 알게 된 한 가지 사실

 

 

나는 늘 우리 엄마를 보며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곁에는 평생 한 사람,
참 좋은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키가 훤칠했고
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남이었다.
하지만 외모보다 더 빛났던 건
그 사람의 삶이었다.

 

회계사로서 성실하게 일했고,
다섯 자식과 부모님까지 책임지며
한 번도 자신의 몫을 내려놓지 않았다.

 

시골에 살던 시절,
동네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늘 기꺼이 손을 내밀던 사람.

 

누구 하나 그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없었던 이유를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는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고,
가족을 위해 평생을 묵묵히 버텨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엄마는 다섯 아이를 낳았다.
그 과정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길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

 

누군가는 경찰이 되었고,

누군가는 삶의 감각으로 경제를 일구어냈고,
누군가는 교사가 되었으며,
또 한 사람은 학문의 길 끝에서 명의가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더 확신했다.

 

‘엄마는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집 이야기를 잘 아는 한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인, 너도 복이 많은 사람이야.”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나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가 참 고마웠다.
엄마와 한평생을 함께 살아주어서,
우리 형제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있는 집에서
따뜻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어서.

 

나는 엄마에게도 고마웠다.
우리를 세상에 보내주고,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켜주어서.

 

어릴 적 나에게는
길을 보여주는 오빠가 있었다.
그를 따라 책을 읽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세상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생활 속에서 나를 챙겨주던 언니,
그리고 동생이지만
언제나 어른처럼 따뜻했던 남동생.

 

나는 가족 안에서
늘 배우고, 기대고, 자라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나의 아들을 떠올린다.

 

스스로의 힘으로
경찰이 된 아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만날 때마다 온 마음으로 나를 챙겨주는 아이.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

 

그 아이를 생각하면
나는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된다.

 

아,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다.
많지는 않지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시간이 아깝지 않은 사람들.

 

그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웃고, 살아간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보다
조용히 인정하게 된다.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복 속에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