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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트

나의 언니, 나의 또 다른 엄마

 

ㅡㅡ이 글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기록입니다.

 

 

내게는 언니가 있다.
여섯 살이 조금 넘게 차이나는 언니.

 

하지만 그 시간의 차이는 숫자일 뿐,
내 인생에서 언니는 늘
엄마였고, 친구였고, 때로는 세상을 대신해주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조금 특별했다.
엄마는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 빈자리는 늘 크고 시렸다.

 

그 자리를 채운 사람이 바로, 언니였다.

 

언니는 다섯 남매 중 셋째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어른이 되었고,
누구보다 먼저 책임을 짊어졌다.

 

맏이였던 오빠도, 그 위의 언니도
삶의 무게 앞에서 중심을 잡지 못할 때,
언니는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누군가를 탓하지도,
소리 높여 말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가족을 하나로 묶어내던 사람.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열다섯,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으로 나가 일을 했고,
그 월급을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쓴 적이 없었다.

 

아버지에게 드리고,
가족을 위해 쓰고,
그리고 남은 것은 늘 동생들의 몫이었다.

 

가끔 새 옷을 사면
언니는 입어보지도 않고 나에게 먼저 내밀었다.

 

“네가 먼저 입어.”

 

나는 그 옷을 입을 때마다
기쁨보다 미안함이 먼저였고,
그래서 더 소중하게 입었다.

 

아침이면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밥을 지어주던 언니.

 

하지만 그 어린 나이의 언니는
정작 밥 한 숟갈 뜨지 못한 채
직장으로 향할 때도 많았다.

 

그런 날들 속에서도
언니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삶을 불쌍하다 말한 적이 없었다.

 

그저, 우리를 먼저였다.

 

시간이 흘러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행복은 너무 짧았다.

 

형부는 일을 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언니의 시간은 그날 이후
멈춰버린 것처럼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던 나는
전화를 걸어도
언니의 울음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말 대신 흐느낌으로
버텨내던 시간들.

 

그 긴 밤들을
언니가 어떻게 견뎌냈는지
나는 아직도 다 알지 못한다.

 

지금의 언니는
작은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간다.

 

서른을 훌쩍 넘긴 아들은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자신의 방 안에 머물러 있고,
언니는 그 곁을 지키고 있다.

 

담배 냄새가 가득한 집,
지워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언니는 여전히
누군가를 먼저 걱정하는 사람이다.

 

그런 언니가
어느 날 나에게 말했다.

 

“나… 이게 무슨 팔자야…”

 

그 한마디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원망하지 않던 사람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그 강함은
참고, 버티고, 내려놓는 데서 오는
조용한 강함이다.

 

나는 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깊이 사랑해준 사람이
언니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또한
언니라는 것을.

 

언니는 나의 가족이기 전에
나의 삶을 지탱해준
하나의 세계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말한다.

 

언니,
당신이 있어서
나는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