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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트

나는 왜 늘 이렇게까지 일했을까– 73명의 아이들과 보낸, 후회 없는 시간

 

 

나는 원래 일을 적당히 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돌이켜보면 늘, 조금은 미친 듯이 일해왔다.

 

교사로 지내던 시절,
우리 반은 전 학년에서 가장 학생 수가 많았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환경에서는
한 반 인원이 유난히 많은 편이었고,
무려 72명, 많을 때는 73명이었다.

 

아침 7시 반이 출근 시간이었지만
나는 늘 그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했다.
아직 조용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하루를 준비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

 

아이들도 참 일찍 왔다.

 

아침 자습을 시작하기 전,
나는 늘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준비가 되면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 수는 많았고,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었다.

 

퇴근 시간이 되어도
일은 늘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이들이 써 온 글을
학교에서 다 봐주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 공책들을 모두 집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밤이 되면
하나하나 읽고, 고쳐주고,
그 아이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을 적어 넣었다.

 

다음 날이면
그 무거운 공책들을 다시 들고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한 명 한 명 설명해주었다.

 

그 시절의 나는
정말 에너지가 넘쳤다.

 

동료 선생님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곤 했다.

 

“너, 너무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
조금은 나눠서 해.”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시간들이
힘들기보다,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낸 날들 덕분이었을까.
우리 반 아이들은 늘 좋은 성과를 냈다.

 

주말이면
아이들이 우리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나는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한 상 가득 차려주었다.

 

큰 솥에 밥을 가득 지어놓으면
아이들은 그걸 깨끗이 다 비워냈다.

 

서로 웃고, 떠들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깔깔 웃던 그 시간.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들이 참 따뜻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한 아이가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
단 한 분만 고르라면 누구냐고요.”

 

잠시 멈추셨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름을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도 그 아이들이 많이 생각난다.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은 내 안에 깊이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소처럼 일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시간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 충실했고,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나는 가끔
그 시절의 나에게 조용히 말해준다.

 

“참 잘 살았다.”